-
백석과 백석의 연인 안도현 통영 길상사막떠들어(문화) 2017. 3. 4. 03:13
백석과 백석의 사랑
1980년대 후반 월북 시인 120여명이 해금 조치되면서 알려진 시인 백석(1912~1995)
(1) 잘생긴 외모 인품좋은 모던 보이
1912년 평안북도 정주 출생(가난한 집안)으로 19세에 조선일보 단편소설이 당선 되면서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평안도 오산학교 졸업 후 조선일보 사주 일가 도움으로 일본 유학1년 후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하기도 한다. 1939년 만주로 떠나고 해방 후 북에서 생을 마감한다.
* 1916년생 이중섭도 오산학교 출신으로, 일본 유학 시절 한국어가 그리울 때 백석의 시를 읽으며 위안을 얻었고, 예술적 영향을 받았다. 대표작 “소”를 그리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 이다.(2) 백석의 사랑 1
조선일보 기자였던 1935년 24세 백석은 친구 결혼식에서 동료 소개로 당시 이화여고 학생이었던 통영출신의 난(박경련)을 만나게 되고 첫눈에 반합니다. 난을 만나기 위해 3번이나 통영을 찾지만 매번 엇갈리며, 사무치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은 “통영” 이라는 제목으로 3편의 시로 남습니다. 평안도 출신인 시인의 시비가 남쪽 충렬사에 세워진 이유입니다.
난의 어머지에게 결혼의사를 밝히자, 난의 어머니는 백석의 동료에게 뒷조사를 하게 되고, 그 동료는 백석의 어머니가 기생출신임을 알림으로 “이 결혼 난 반댈세!” 결국, 난을 차지한 것은 그 동료가 되는 “잘못된 만남” 스토리.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 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흰 바람벽이 있어> 중에서
(3) 백석의 사랑 2
백석이 함흥 영생학교 영어교사로 재직 시,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주인공인 나타샤 김영한을 만나게 된다. 자야라는 이름을 지어준 백석. 자야(김영한)은 기생이었지만, 일본유학파에 문예를 겸비한 당대의 모던 엘리트 여성으로 3년정도 동거를 한다. 백석의 부모는 기생 신분인 자야와의 혼인을 반대하고, 백석은 자야와 같이 도망가길 원했으나, 결국 혼자 만주를 가면서 영원히 이별하게 되며 자야는 백석을 가슴에 묻는다.
“나처럼 천한 여성을 한 시인이 사랑해서, 한 줄 나타샤로 만들어준다면 기꺼이 그렇게 살겠다”
1987년 백석전집이 첫 출간 되었을 때 자야(김영한)는 그와의 관계를 밝히면서 세간에 알려진다. “내사랑 백석”(불명 길상화)를 펴내기도 한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에서
자야는 대원각이라는 1960년대 삼청각과 함께 최고급 요정을 운영하면서 말년에 거액의 모든 재산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하고자 했으나, 무소유의 철학을 실천하는 법정스님은 길상사(대원각 자리) 라는 절을 세워 자야의 뜻을 기린다.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富)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하다.
-법정스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탸사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4)백석의 사랑 3
백석의 연관 검색어에는 또 한명의 시인이 등장한다. <너에게 묻는다>의 안도현 시인. 80년대 첫 출간된 백석의 시에 한눈에 반해, "백석 시를 베끼기 위해 시를 써왔다" 말할 정도라고. 그 팬심은 2014년 <백석평전>으로 열매를 맺는다. 덕분에 나도 백석이란 사람을 알게 되었다. 백석의 시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사랑은 알것만도 같다.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던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로 찰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 있는가?
-안도현-연탄재라니까 핸폰속 요 사진이 생각났다. 2016년 12월9일 대통령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날. 여의도 국회앞에 누군가 갖다 놓은 작품이다. 소추안 가결 발표를 여의도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보면서 희망을 느꼈다. 그러나...2017년 3월4일 오늘도 광화문에 촛불하나 밝히러 간다.
'막떠들어(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래 음식 곤충 곤충식량 (0) 2017.03.07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촛불집회 (0) 2017.03.07 무기력 우울증 접촉성피부염 (2) 2017.03.02 쿠사마 야요이 (0) 2017.02.25 김어준의 뉴스공장 채동욱 특검연장 (0) 2017.02.15